지난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ERA 학회에 다녀왔습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규모의 교육학회입니다. 따뜻한 서울의 날씨와 달리 시카고에는 바람이 무척 많이 불어서 시카고가 Windy City라는 별명을 왜 가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이번 학회에서 흥미로웠던 연구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과학 리터러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과학, 글쓰기, 사회를 융합하는 GlobalEd2 (http://globaled2.com/)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과학 리터러시는 학생들이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Argumentation 능력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예전에, 북유럽의 학생들은 슈퍼마켓에서 음식물을 살 때 그 음식물이 생산지에서 판매지까지 오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이산화탄소량에 대한 생각을 하고 물건을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과학원리를 일상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가 필요합니다.
- How People Learn이라는 책의 수정판이 내년에 나올 예정인데 이 책을 준비하는 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초판에서 소홀히 다뤄졌던 Learning Technology와 Neuroscience의 내용이 많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 Socio-Cultural 접근이 수정판에서 많이 빠진 것 같아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2000년도에 초판이 나왔을 때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라서 내년에는 어떤 책이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
- Authentic learning과 embodied learning에 대한 연구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특히, Working as a science community라는 연구에서 학교 인근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야생동물(너구리)의 행동을 관찰하고 실제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과학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정원을 가꾸면서 언제 얼마나 자주 물을 줘야 하는지에 관한 탐구활동을 하였습니다. 교사로부터 주어진 데이터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수집한 데이터로부터 과학적 탐구를 실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여전히 게임기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교사 중의 56%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게임을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게임이 형성평가의 목적으로 유용하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매우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연구는 적은 것 같습니다.
- Identity의 변화를 게임기반 학습활동의 결과로 분석한 연구가 흥미로웠습니다. 예컨대, "나는 수학을 싫어한다"에서 "나는 수학을 잘한다"로 변하거나 "나는 수학을 잘 몰라도 되는 변호사가 되고싶다"에서 "나는 수학을 잘 아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로 관점이 변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사회문화적 접근에 따르면 Identity 변화가 공동체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큰 변화이자 주요한 학습결과입니다.
- Maker movement를 학교와 지역 공동체에서 실천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사물을 디자인하고 만들 때 미적인 측면에 목적을 두거나 기능 혹은 실용적인 측면에 목적을 둘 수 있는데 이러한 목적에 따라서 결과물도 달라진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Making에 대한 peer review를 강조한 연구가 있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동료의 피드백을 반복적으로 받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http://buildinprogress.media.mit.edu/). 싱가포르에서 온 David Hung교수와 두 명의 연구자를 만났는데 Maker movement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몇몇 학교에 Maker space를 만들고 기술/미술과목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학교 교실에서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대화가 중요한데, IRE(initiation-response-evaluation)보다는 dialogic dialogue 가 더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학습자 간에도 협력활동을 할 때 그룹원 중의 한 사람이 마치 교수자처럼 대화를 이끌 수 있다고 합니다. 대화와 활동 간의 관계를 보는 연구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학생들 간의 대화 속에서 연결어(and, but, so, because 등)를 많이 사용할 수록 reasoning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 컴퓨터 학습 과정에서 감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Azevedo 교수팀에서 설문조사뿐만 아니라 생리적 정보, 행동 정보 등을 수집하여 학습자의 감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였습니다. 이러한 분석결과가 맞춤형학습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겠지요. 교육연구에서는 우리가 아는 기본적인 감성(화, 행복 등)보다는 Frustration, Boredom, Confusion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emotion is socially constructed, personally enacted"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개인의 감성과 함께 집단에 공유된 감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감성이 소규모 그룹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도 있었는데, 기존의 인지적, 사회적 측면에 정의적 측면을 더 추가하여 협력활동을 분석하였습니다.
- 온라인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중에서는 Asynchronous audio communication 툴을 이용한 argumentation 연구를 일리노이 대학의 오은정교수님이 하셨습니다. 텍스트가 아니라 말을 녹음해서 토론을 했습니다. 또한 성균관대 조문흠 교수님 연구에서 온라인 학습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 metacognitive 요소보다는 동기(task value, self-efficacy)와 감성(boredom, frustration)요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self-regulated learning 연구자들이 socially share regulation of learning이나 co-regulation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 Learning analytics에 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학습자들에게 social network을 그림으로 제공할 경우 불필요한 정보가 많다거나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연구결과(임규연 외, 2014)와 달라서 흥미로웠습니다. 학습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학습자와 교수자에게 유의미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
Note: Only a member of this blog may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