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TELD 선생님들. 이번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26년 8월에 졸업하게 된 이현웅입니다. 졸업 소감을 쓰려고 앉으니 홀가분함보다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졸업에 대한 소회를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가 졸업사 작성이 너무 늦어졌지만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빗대어 저의 박사학위과정을 말씀드려 보려 합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는 금방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타카에 닿기까지 꼬박 십 년이 걸렸습니다. 저 역시 처음 입학할 때만 해도 학위논문이라는 목적지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위과정이라는 항해를 시작하고 나니 제 기대와 다른 날들을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제 대학원 생활은 때로는 날이 좋아 순풍을 타고 순항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훨씬 자주 거센 폭풍우를 만나 시험대에 서야 했던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수업과 연구,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몰려와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날도 있었고, 애써 쓴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고쳐야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버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졸업을 하고 돌아보니 그 하루하루가 쌓여 연구자로서의 저를 조금씩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배운 것 가운데 몇 가지를 아직 항해 중인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 항로가 바뀌어도 괜찮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처음 세운 계획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럴 때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디세우스도 수없이 항로를 바꾼 끝에 이타카에 닿았듯이,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연구가 한층 깊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둘째, 매일 조금씩 노를 저으십시오. 학위과정에는 아무리 애써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날이 많습니다. 그런 날에도 논문 한 편을 읽고 몇 문장이라도 써 두는 작은 습관이 쌓이면, 어느새 배는 생각보다 멀리 와 있을 것입니다. 하루의 속도보다 꾸준히 나아가는 방향을 믿으셨으면 합니다.
셋째, 혼자 항해하지 마십시오. 막막할 때일수록 교수님과 동료들에게 먼저 묻고 나누시길 권합니다. 저희 TELD에는 누구보다 넓은 바다를 알고 계신 교수님이 계십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의 큰 그림과 세밀한 부분을 함께 보시며, 학생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날카롭지만 따뜻한 질문을 건네 주십니다. 그 질문들이 여러분의 항해에서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도 늘 함께 노를 저어 준 은선민, 장진호, 한예원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길고 험한 항해에서 학문적 아버지로서 늘 바라보며 좇을 수 있는 등대가 되어 주신 조영환 교수님께 진심으로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박사학위과정이라는 항해는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연구자로서의 항해는 이제 막 다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연구실에 있는 동안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너그럽게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각자의 바다를 건너고 있는 TELD 선생님들 모두에게 순풍이 함께하기를, 그리고 머지않아 각자의 이타카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 주시기를 저 이현웅이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