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조영환 교수님과 저는 사범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첨단 테크놀로지 기반 미래교육을 위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발전방안에 관한 기초연구"의 일환으로 해외 자문을 받고자 싱가폴에 다녀왔습니다. 화학교육과의 정대홍 교수님과 이창윤 선생님 그리고 불어교육과에 계시는 박동열 부학장님도 동행하셨어요. 다녀온 뒤에 학회를 비롯해 바쁜 일정들이 몰려 있었던지라 포스팅이 조금 늦어졌지만, 싱가폴에서의 기억은 아직 생생합니다.
4일 저녁 싱가폴에 도착해 식사를 한 다음날부터 3일 동안 MOE(교육부) 방문과 회의, 전시관 견학, 중학교 방문, NIE 연구원들과 회의 및 세미나 등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1도" 널럴하지 않은 일정이었어요. ㅎㅎ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경험들을 중심으로 포스팅을 하려고 해요.
- Bishan Park Secondary School 방문
NIE(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 의 교육공학 연구자들과 협업하여 ICT 기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Bishan Park 중학교를 방문하여 교실 시설들을 둘러보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직접 학교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Authentic learning environment 구축을 위한 계절 데이터(바람, 온도 등)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센서, 3D 가상 세계를 이용한 OpenSim 학습 교실, 3D 프린트 등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실현해볼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교실, 쉽고 재미있는 프로그래밍 학습을 위해 대여해주는 아이패드(tinker 어플 사용)와 드론 등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ICT 테크놀로지는 예술 교육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셀카를 이용한 예술 작품 만들기' 와 같은 ICT 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술 수업과 더불어 특히 제 눈을 끌었던 것은 음악 교실이었어요.
전통적인 교실에서의 기악 수업이라면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한 가지 악기를 선택해 정해진 진도를 따라가겠지만, 사진에 보이는 이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기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악기를 선택할 수 있었어요.
각각의 악기는 태블릿 PC, 음향 장치 등과 연결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자신의 연주 소리만 들으며 악기를 연습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악기 소리를 함께 들으며 합주할 수 있어 그룹 활동 위주의 협력학습이 가능합니다. 학생들은 태블릿 PC를 활용해 스스로 배우거나 친구들과 서로 가르쳐줄 수 있어 교사도 전 보다 효율적으로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해요.
학생들이 직접 방송을 기획하고 교내에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스튜디오실도 있었어요.
학생들을 도와줄 기술자도 항시 대기중이었고요. 이 스튜디오실을 활용해 "Broadcast Journalism" 등과 같은 수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같이 가신 교수님들께서도 즉석에서 인터뷰를 하시고, 배경합성이 가능한 고급 영상장비의 기능을 직접 확인해보셨습니다.
Bishan Park 학교를 방문을 통해 실제 수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여러모로 앞선 ICT 기술 활용의 사례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 외에도 흥미로웠던 것은 학교에 교사와 테크놀로지 간 괴리를 줄이고자 두 명의 전담 조력자(기술자)가 있다는 것이었이었어요. 한 명은 교육부에서 고용했고, 다른 한 명은 학교 차원에서 고용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뿐만 아니라 연구자와 학교가 적극적이고도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모습, 또 그러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Hive는 NIE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수업의 절반을 거꾸로 교실 모델로 전환하려는 계획 하에 2015년 10월 20일 세워진 복합단지 건물이에요. 싱가포르에 가기 전 사전조사를 하다가 이 곳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막상 계획을 세워두진 않았었는데요. 회의 시간을 잘못 착각하는 바람에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서 운 좋게 이 곳을 탐방할 수 있었어요.
건물 외관이 독특하지 않나요?
딤섬 바구니 모양을 본 따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싱가포르에서는 새로운 특징적인 건물을 지을 때 곧잘 음식과 연결 짓는다고 하더라고요.
안으로 들어가보니 벽면은 진흙재질로 되어있고,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마치 고대 이집트 동굴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어요.
건물 안에는 스마트 교실(움직일 수 있는 원형의 책상, 미러링을 제어할 수 있는 중앙 컨트롤러, LCD 스크린, 무선통신 툴 등 )을 비롯해 도서관, 멀티미디어실, 스터디 라운지, 매점, 쉼터와 같이 다양한 공간이 설계되어 있었어요. 벌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었습니다.
풀밭을 모티브로 한 휴식 공간, 옥상 테라스, 조화로운 곡선의 디자인,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식물 때문에 늘 학생들로 북적북적, 주로 공부나 조모임을 하거나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이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어요.
스마트 교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ICT 기술을 고려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테마와 디자인의 조화 등 예술적인 측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이러한 작품을 탄생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 일정 중 이틀을 할애해 NIE를 방문하여 학자들과 서너 차례 ICT 기반 미래교육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NIE 측에서 저희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세미나에도 참여하였습니다.
NIE는 교수님께서 서울대에 오시기 전에 근무하셨던 곳이기도 한데요,
무성한 나무와 풀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함께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열띤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져 긴장을 했던 탓인지...
분명 맛있는 식사였던 것 같은데 무엇을 먹었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
회의 중 오고 갔던 많은 이야기들 중
- ICT 기반 미래교육 혁신의 보급과 확산을 위한 정부 주도의 top-down 과 교사 커뮤니티를 통한 bottom-up 방식의 조화
- designer 로서의 교사의 역할과 culture change 로서의 교장의 역할
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질문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미나 첫 번째 섹션에서는 조영환 교수님과 정대홍 교수님께서 "ICT-based School Innovation in Korea" 라는 주제로 발표를 해주셨어요. 한국에서 일어나는 ICT 기반 교육 혁신에 대해서 모두들 주의 깊게 들었고, 여러 질문들이 오고 갔습니다.
이어서는 Kenneth 교수님이 "Supporting Disciplinary Intuitions through an Inquiry-led STEM Curriculum with Open-Source Environment Sensors" 라는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를 설치하여 이를 통해 숫자, 그래픽 리터러시를 향상하고, 수학, 공학, 과학, 지리학 등을 통합적으로 가르치며, 교과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는 연구였습니다. 11월 3일에 서울대에 방문하실텐데, 연구와 관련해서 궁금한 것들을 직접 듣고 질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세션은 두 연구자 (Elizabeth Koh & Jennifer Tan) 가 이어서 진행하였는데,
발표를 들으며 제가 했던 필기를 바탕으로 여기에 간략하게나마 공유하고자 합니다.
1. Blended pedagogical and formative assessment innovations to develop 21st century competencies
- 협력학습을 위해 My Groupwork Buddy 라는 플랫폼을 개할하여 협력에 대한 형성평가를 할 수 있는 사회/기술적 맥락을 제공하고자 함
- 협력 역량에 관한 네 가지 방면: coordination, mutual performance monitoring, constructive conflict, team emotional support
- 협력에 대해 개인성찰 및 그룹단위의 성찰로 평가하고 이를 대시보드에 시각화하여 제시함
2. Collaborative Video Annotation and Learning Analytics
- 교수자와 학습자가 언제든지 학습 동영상에 주석을 남길 수 있음
- 수업을 진행하는 중에 이 주석을 확인하고 수업에 활용할 수 있음
- 비디오에 포함된 자료를 바탕으로 학습자들은 의견을 공유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토론하고, 적용하고, 이해를 높이는 등의 활동을 협력적으로 할 수 있음
- deep learning 및 맞춤형 학습을 촉진하고 형성평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교수자가 투자해야 하는 많은 시간과 비디오 업로드 및 서버 문제가 난점으로 제기됨
3. Fostering Students 21C Critical Literacies through a Collaborative Reading and Learning Analytics Environment
- 학생들의 비판적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이에 대해 학습분석을 시도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 학습자들이 무엇을 대상으로 어떠한 비판적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실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음
- 사후 학습분석을 통해서는 학습자가 주로 사용하는 비판적 관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와 관련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음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가는 곳마다 저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학구적이고 적극적으로 발표와 토론에 임하던 NIE의 연구자들을 보면서 학자가 지녀야 할 태도와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과학 전시관과 아시아 문명 박물관을 둘러보고, 마리나 베이의 야경을 감상하기도 했어요.
함께 가지 못한 선생님들께 이야기를 들려드리듯 쓰다보니 굉장히 길어졌네요^^;;
긴 포스팅의 대미는 두리안 맛에 대한 후기로 장식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
먹어보기 0.1초 전까지도 냄새 때문에 굉장히 두려웠는데,
막상 먹어보니 바나나와 아보카도를 갈아서 만든 스무디처럼 달고 든든했어요.
(양심에 손을 얹고 쓰는 후기입니다 ㅎㅎㅎ)
그래서 이 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의 두리안을 먹었어요.
교수님 말씀으로는 비싸고 질이 좋을수록 당도가 높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예상치 못하게 학기 중에 불쑥 싱가포르에 다녀오게 돼서 가기 전까지는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온 것 같아요. 이러한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만 긴 포스팅을 마칩니다. 한창 논문, 연구, 프로젝트, 수업 등으로
선생님들 모두 바쁘실텐데 건강과 체력 관리에 유의하시길 바랄게요.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