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목요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교육연구소에서는 '스마트교육 전문가 포럼: 대학의 스마트교육이 가져오는 효과와 부작용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관악교육콜로키움을 개최했습니다. 저는 이 포럼에서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소효정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는데요, TELD 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야와 맞닿아 있는 주제라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강연내용을 나누고자 합니다.
스마트교육이 고등교육 맥락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테크놀로지의 교육적 사용에 대한 방향성의 혼란, 테크놀로지로 인해 대학교육의 안정적인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감, multi-tasking behavior가 인지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등 스마트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있지요. 하지만 스마트교육이라는 대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는 이미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조류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과정에는 transitory issues가 동반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변화하기 힘든 요소인 "Epistemology"에 주목해 본다면 스마트 교육의 부작용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을 다음의 두 가지 접근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부작용을 control하는 것입니다. 주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앱이나 잠금기능이 있는 앱 등을 사용해 스마트교육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leverage, 곧 "New Media Literacy Practices & Mindset"을 기회로 활용하고, 통제보다는 신뢰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소효정 교수님은 후자의 방식이 장기적으로 효과성과 효율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시면서 연구자는 control 보다는 leverage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어서 교수님은 leverage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 가지 연구사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사례1은 새로운 학습 방식을 제시한 것입니다. 여기서 김주환의 "변화된 글쓰기 환경에서 리믹스(Remix) 글쓰기 도구의 기능과 시각화 제언"이라는 논문 내용이 소개되었는데요. 디지털 글쓰기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글쓰기 도구인 리믹스(Remix) 글쓰기 도구의 기능과 디자인을 제언한 것입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연구사례는 질문을 잘하도록 촉진시키는 방법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 특히 더 흥미로웠습니다. 사례2는 스마트교육을 통해 기존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미래부의 X-프로젝트였던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질문"에서 선정된 50개 질문 중 49번째 질문이 "권위주의적인 분위기의 교실이나 회사 내에서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였는데, KAIST 오혜연 교수님의 연구실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서 Learn Together Python을 개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례3은 디지털을 통해 아날로그적 활동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소효정 교수님은 Mark-On 이라는 알림 시스템을 사용하여 실제 오프라인 교실에서 학생들이 질문하는 횟수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수업 슬라이드에 학생들이 질문이 있음을 표시할 수 있게 하고, 일정 개수 이상의 질문마크가 누적되면 해당 슬라이드에 알림이 표시되도록 한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방해가 될까봐, 혹은 다른 학생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질문을 꺼려하던 학생들이 공통 수업 슬라이드에 질문이 표시된 것을 보고 수업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손을 들고 자발적으로 질문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를 소효정 교수님은"From Digital to Analogue"로 요약하셨는데 , 모바일 기기의 활용이 실제 손을 들고 질문을 하는 행동과 교실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질문을 활발히 하지 않는 현상에는 다양한 사회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을 것인데, 이러한 한계를 테크놀로지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질문을 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 도구들은 이미 존재하지만, 질문을 텍스트로 입력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진행되고 있는 수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과 학생들이 질문을 꺼려하는 심리적인 요인들(위에서 언급한 수업시간 방해,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알림"이라는 단순한 기능만 남긴 것이죠. 이 알림 기능을 통해 교수자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질문이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와 함께 질문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고, 학생들 편에서는 질문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사례에서 더 나아가서, 개인 학습자의 수준에서뿐 아니라 협력학습 상황에서 각각의 그룹들이 질문을 하거나 교수자에게 도움을 요청을 함으로써 교사와 그룹 간, 그룹 내 개인 학습자들 간 상호작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효정 교수님은 교육용으로 만든 어플리케이션이 실제로 잘 쓰이지 않는 점도 지적하셨는데요, 꼭 새로운 앱을 개발하지 않더라고 카카오톡 등과 같이 비교육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일상적으로 자주 쓰는 도구들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연구와 다른 일정으로 참석을 못했는데 성지현 선생님이 잘 요약을 해주었네요. 소효정 교수님과 싱가포르 NIE에서 같이 근무를 했어요. 저와 연구관심분야가 비슷해요. 위에 소개된 연구 이외에도 웨어러블과 재밌는 체험적 전시물에 관한 연구를 현재 진행 중에 있어요. https://hdt.postech.ac.kr/?p=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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