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24, 2016

강진을 다녀와서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 사범대 교수님들과 함께 강진과 해남, 보길도에 학사협의회를 다녀왔습니다.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서 출발 전에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비가 적게 내리고 금방 그쳤습니다.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에 갔을 때 두 분의 역사교육과 교수님들께서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점이 있어 여러분과 공유를 하려고 합니다.

다산초당

백련사에서 내려본 강진만

다산 정약용이 정조의 죽음 이후에 강진으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서학(천주교)과 연류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유배지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주막 할머니의 도움으로 사의재(생각은 담백하게, 외모는 장엄하게, 말은 적게, 움직임은 무겁게 해라는 의미를 가짐)라는 거처를 마련하고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글을 가르칩니다. 

이 때 정약용은 황상이라는 제자를 만나게 됩니다. 황상은 정약용에게 스스로를 둔하고, 막히고, 답답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이런 사람도 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이에 정약용은 배우는 사람에게 세 가지 병통이 있다고 하면서 외우는데 민첩하면 소홀하기 쉽고, 글짓기에 날래면 들뜨기 쉬우며,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칠어지기 쉽다고 답을 합니다. 그러면서 황상에게 너같은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해라" (삼근계)는 말을 해줍니다. 이 후 황상은 스승의 말을 마음 속에 깊이 새겨서 실천에 옮기고 그 결과 추사 김정희가 만나려고 찾아올 만큼 훌륭한 문인으로 성장합니다.        

최근에 KERIS의 의뢰를 받아서 인문적 소양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역량 중심의 원격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 연구팀에서 찾고 있는 교사상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먼저, 유배지에 내려가면 많은 사람이 낙담을 하고 피폐한 삶을 살기 쉬운데 정약용은 그 가운데서 제자를 양성하고 교육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열정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가르침을 통해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과 학문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약용도 제자를 가르치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다시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잘 것 없는 아전의 자식인 황상이라는 제자를 진심으로 믿고 격려함으로써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과거에 합격하고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정약용의 입장에서 보면 황상은 무척 우둔해 보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를 믿고 아껴주는 마음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또한, 정약용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지런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정작 부지런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정약용은 다양한 방면에서 500여권의 책을 저술할 만큼 매우 부지런한 학자입니다. 얼마나 오래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썼으면 복숭아 뼈가 세 번이나 구멍이 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예전에, 공부하는 사람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저도 석사나 박사과정 신입생들에게 규칙적으로 학교에 나와서 부지런히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학년 초에 자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정약용은 부지런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는 사람은 그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 마련입니다. 그 이외에도 부지런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하고 마음이 맑아야 하며 삶이 단순해야 할 것입니다. 몸이 아프거나 술에 취해 있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복잡한 사람은 배우는 데 부지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상으로 강진을 다녀오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난 점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몇 년 뒤에 다시 이 글을 읽었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1 comment:

  1. 강진에서의 좋은 경험을 글로 풀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때때로 몸과 마음이 풀어질 것 같을 때 다산 선생님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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